닥터앙쥬 전문가 Q&A

Maternity 할머니의 할머니도 겪었다는 밑 빠지는 병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 숨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군살만 남았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재채기 한 번에 소변이 찔끔, 밑이 빠지는 느낌에 골반 통증까지 발생한다면 골반저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골반에 흔적을 남기는 출산

고고학자들은 여성 미라를 발견했을 때 골반의 구조나 상태를 보고 출산 여부를 판단한다. 골반은 임신 중엔 커진 자궁을 품고 출산 시엔 태아를 내보낼 만큼 넓어지면서 주변 근육과 뼈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 과정에서 손상이 되곤 한다. 산후조리를 잘해서 골반이 제자리를 찾고 근육과 인대도 출산 전처럼 튼튼해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몸무게는 임신 전으로 돌아왔는데 골반이 넓어져 입던 바지를 입을 수 없다거나 달리기, 줄넘기를 하면 소변이 찔끔 나와 운동도 편하게 할 수 없다는 푸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골반 아랫부분에는 자궁, 방광, 직장 등의 장기를 탄탄히 받치는 골반저근육이 있다. 임신 출산 과정을 거치며 골반저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면 자궁과 질, 방광, 직장이 제자리를 벗어나 여러 불편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통틀어 ‘골반저 질환’이라고 부른다. 골반저근육이 약해지면 밑이 빠지는 느낌이 들거나 요실금, 변비, 변실금 등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질이나 직장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기도 한다.

단순한 산후 후유증으로 여겨선 안 돼

골반저 질환이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예부터 ‘밑이 빠지는 병’으로 불리며 많은 여성들을 괴롭혀왔다. 실제 우리나라 여성의 10명 중 3명이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 골반저 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다. 이를 단순한 산후 후유증으로 여기고 치료하지 않다가 나이가 들면서 골반저근육이 더욱 약화되어 증상이 심해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것이다. 이를 단순히 골반이 틀어져서 생긴 문제로 여기고 치료보다 마사지에 관심을 두는 것도 병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골반 내부에 자리한 골반저근육이 외부 마사지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허리가 아플 때 정형외과를 찾듯, 골반 주변 장기에 불편함이 있다면 대장항문외과나 산부인과를 찾아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반저근육이 약해지면 어떤 증상이 생기나?

□ 밑이 빠질 것 같고, 걸을 때 다리 사이에 묵직한 느낌이 든다.
□ 소변이 자주 마렵고 봐도 시원하지 않다.
□ 웃거나 재채기, 운동을 할 때 소변이 세곤 한다.
□ 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잔변감이 남아 있다.
□ 손가락으로 질 뒷벽을 눌러야 겨우 대변이 나온다.
□ 자신도 모르게 방귀나 변이 세어 나오는 변실금 증상이 있다.
□ 허리 아래쪽이 아프고 골반 통증이 있다.
□ 출산 이후 불감증 혹은 질이 이완된 느낌이 든다.
□ 질, 자궁, 방광, 직장 등 골반에 있는 장기가 빠져나온다.

* 위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골반저 질환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다.

 

골반저근육의 부담 낮춰야

아이를 업고 집안일을 하거나 외출하는 일상이 골반저 질환을 악화 시키곤 한다. 이 질환을 예방하려면 골반 아랫부분에 부담이 가는 활동을 줄여야 한다. 그렇기에 쪼그려 앉지 말고 무거운 짐은 되도록 들지 않도록 한다. 골반저 질환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바운서나 유모차 같은 육아 보조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바른 식습관과 배변 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배변 시 지나치게 힘을 주면 골반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거나 추가적인 손상이 생겨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으로 편안한 장 환경을 만들어주면 배변이 원활해져 도움이 된다. 과체중인 경우 골반저근육에 실리는 하중이 커져 골반에 있는 장기들이 내려앉을 수 있으므로 몸무게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골반저근육 강화하는 케겔운동

골반저근육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대처도 필요하다. 항문과 질, 요도 근육을 수축했다 이완하는 케겔운동은 골반저근육의 힘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다.

소변을 참듯 힘을 준다 소변을 참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항문과 질, 요도 근육에 힘을 준다. 질 근육이 무언가를 빨아들이거나 허벅지에 낀 공을 위로 끌어 올린다는 느낌으로 힘을 준다.

힘주는 시간을 서서히 늘린다 3초 정도 힘을 주다 빼는 것을 반복한다. 익숙해지면 힘주는 시간을 10초까지 늘린다. 하루에 3번, 한 번에 10~15회 정도 실시한다.

다양한 자세로 해본다 양반다리 자세나 까치발로 서서 항문을 조인다. 누워서 온몸의 힘을 빼고 하면 골반 근육의 움직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힘을 주고 뺄 때 몸의 변화를 세세하게 느낄 수 있다.

Adviser
원대연 서울송도병원 대장항문외과 변비·골반저센터장으로 골반저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 학술위 원장과 진료지침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골반저 질환에 대한 다양한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Adviser
이민경 서울송도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로 요실금, 자궁·질 탈출증, 폐 경기 호르몬 치료 등 부인과 진료와 항문외과 협진을 통한 골 반저 질환을 담당하고 있다.

프로젝트 [호제] 2020년 앙쥬 6월호
진행 강지수(프리랜서) 류상미(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진혜미 도움말 원대연(서울송도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이민경(서울송도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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