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앙쥬 전문가 Q&A

Parenting 정렬에 대한 집착, 우리 아이만 그런가요?

물건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짜증을 내거나 가지런히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 혹시 강박 증세는 아닐까? 정렬에 집착하는 아이의 심리와 부모의 적절한 대처법을 알아본다.

 

“엄마, 자동차는 여기에 꼭 놓아야 해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장난감을 여기저기 늘어놓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일렬로 세우며 정리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쫓아다니며 정리할 필요가 없어 내심 잘됐다 싶다가도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 신경 쓰인다. 줄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짜증을 내기도 하고, 심지어 낮잠 자는 사이 장난감을 치웠다고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대성통곡을 한다. 도대체 왜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걸까? 도를 넘어 정렬에 집착하는 행동은 과연 괜찮은 걸까?
장난감을 일렬로 정리하는 행동은 대개 만 2~3세부터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대칭과 청결, 정리, 안전, 확인 등의 개념이 생기는데, 정리정돈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인형, 로봇 등을 줄 세우며 애정을 표현하고 놀이를 즐긴다. 이전까지 어지럽히기 달인이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정렬의 신이 됐다면 이는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아이의 행동을 부풀려 생각하기보다 잠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아이가 혹시 정렬 강박증?

만약 아이가 장난감을 정렬하는 걸 넘어 일렬로 정리돼 있지 않으면 불안 증세를 보이거나 다른 물건의 정렬에까지 집착한다면 소아 강박증을 의심할 수 있다.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전적, 환경적, 생물학적 요인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경적 요인이다. 부모가 강박 증세를 보인다면 아이도 강박행동을 보이기 쉽다. 엄마 아빠가 물건이 흐트러져 있는 걸 참지 못하거나 정렬에 집착한다면 아이는 이를 자연스레 따라 한다. 또한 평소 부모가 강압적으로 양육하거나 정리정돈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아이도 정렬에 대한 강박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일 때도 강박행동을 보인다. 아이들이 특정 행동에 집착하는 이유는 대개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서다. 장난감 줄이 제대로 맞지 않을 경우 큰 문제가 생기거나 가족이 다치는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정렬을 맞춰야만 자신과 엄마 아빠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부모와 떨어져야 할 때,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할 때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나타난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아이를 안심시키세요

아이의 강박 증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사라진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아이 스스로 멈출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강박적인 행동을 저지할 때 아이가 불안해하고 짜증을 내거나 공격성을 보인다면 부모의 대처가 필요하다. 아이의 강박 증세는 대부분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우선 아이에게 장난감을 정렬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다음 정리정돈을 하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지만 꼭 일렬로 두지 않아도 괜찮다고 안심시킨다.

흐트러져도 괜찮아!

강박증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노출 및 반응 방지’가 있다. 불안을 느끼는 상황을 자주 노출시키고 강박행동을 막음으로써 그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아이들에게는 억지로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보다 놀이로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블록으로 집을 지은 다음 누가 빨리 부수는지 대결하면서 노는 것도 효과적이다. 블록이 일렬로 정리돼 있지 않아도 나쁜 일이 생기지 않으며 오히려 더 신나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모래, 지점토, 물감 등 정렬과 상관없는 도구를 이용해 촉감놀이를 하는 것도 좋으며 이때 옷이나 손, 얼굴 등에 묻어도 굳이 닦아내지 말고 놀이에 집중한다.

이것도 궁금해요!

Q 소아강박증은 치료가 필요한가요?
A 스트레스 요인을 없앴는데도 아이의 강박 증세가 1개월 이상 지속되며 증상이 더욱 심해질 때, 아이 스스로 고치려 해도 잘 되지 않을 때, 못하게 하면 심리적으로 괴로워할 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때, 발달 과정에 지연이 있을 때 등에는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 전문의와 상담 후 증세와 상황에 따라 약물, 행동, 심리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심리적, 환경적 원인에 의한 강박증은 대부분 행동, 심리 치료 등으로 나아질 수 있다.

 

Adviser
손석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현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지금 내 아이에게 해야 할 80가지 질문> 등을 집필하고 강연과 언론매체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호제] 2019년 앙쥬 2월호
에디터 전미희(프리랜서) 포토그래퍼 김현철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모델 박가현 제품 협찬 레고코리아(www.l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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