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엄마의 타협점
분명히 종이에만 그리라고 여러 번 일러줬는데 여기저기에 낙서하는 아이를 보면 따끔하게 혼내야 할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때 바로 혼내거나 제지하기보다 아이가 왜 종이가 아닌 다른 곳에 낙서를 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종이가 아닌 곳에 그리는 것은 욕구의 표현으로,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어떤 물질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크레파스, 사인펜, 색연필을 만지고 느껴보고 이것을 이용해 종이는 물론 마룻바닥이나 매트, 심지어 가구나 벽에도 끼적이며 마음껏 탐색하는 것. 이는 그려도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아직 구분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렇게 욕구를 발산하는 활동을 즐기지 않는 아이는 드물다. 만약 아이가 이런 활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누군가의 제지를 받았던 경험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 표현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고 제지만 당한다면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욕구불만이 쌓여가고, 엄마를 내 말을 안 들어주는 사람이라 인식해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떼만 늘게 될 수 있다.
커다란 전지를 바닥에 깔거나 벽에 보드 칠판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 공간이 허락한다면 전지를 여러 장 이어 붙여 돌아다니며 그릴 수 있게 해준다. 무엇이든 크고 넓을수록 좋다. 그만큼 아이의 사고영역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동차를 그렸다면 “그 옆에는 뭐가 있을까?” “차에서 내리면 뭐가 보일까?” 하고 사고의 확장을 유도하며 빈 공간을 채워나가보자. 작은 스케치북은 아이가 조금만 끼적여도 금방 채워지므로 생각을 연결해나가기 어려운 반면, 넓은 면에서는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고 사고를 확장하기도 쉽다.
평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재료를 모아 마음껏 낙서하라고 주는 것도 좋다. 신문지나 잡지책, 전단지, 택배 상자, 달력 등을 잘 모아두었다 아이가 원하는 재료에 그리게 한다. 꼭 빈 도화지가 아니어도 괜찮다. 종이에 그림이나 사진이 있다면 이를 보고 떠오르는 것을 표현하는 자유 연상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다.
거실 유리창 활용_ 거실 유리창 중 한 칸을 낙서 공간으로 정해 마음껏 그리고 스티커로 꾸며보는 것도 재미있다. 보드마커로 그리면 물티슈로 쉽게 지워진다.
이색 재료 경험하기_ 투명 비닐이나 냅킨, O HP 필름지처럼 종이외의 재료에 그려보는 활동도 해본다. 특히 냅킨에 사인펜으로 점을 찍거나 선을 그어 번지는 모습을 관찰하면 색다른 경험이 된다.
몸은 도화지_ 몸에 묻어도 안전한 친환경 페인팅 재료를 이용해 서로의 몸에 그림을 그려보자.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면서 유대관계를 키우고 자존감을 높일 기회가 되고 아이가 마음껏 몸을 탐색하며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
색다른 공간에서 이색 재료를 이용해 자유롭게 표현하며 실컷 어지르고 나면 욕구와 스트레스가 해소되므로 ‘그리면 안 되는 곳’에 낙서하는 일이 확 줄어들게 된다.
미술교육학자 로웬펠드는 2~4세를 난화기라 정의하고, 이를 3단계로 나눠 아이의 발달과 그림 형태 변화를 설명했다. 구강기가 끝날 무렵 시작되는 ‘무질서한 난화기’는 끼적이는 행위에 대한 즐거움을 알아가는 시기로, 어깨를 이용해 그리지만 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아무리 큰 종이를 줘도 벗어날 수밖에 없다. 두 돌 전후로 ‘조절하는 난화기’에 이르면 한정된 공간 안에서 드로잉을 즐기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물질의 상관관계를 알아가므로 이때는 벽 대신 칠판엔 마음껏, 엉망진창으로 그려도 좋다는 규칙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호기심에 규칙을 잠시 잊거나 욕구가 더 클 수도 있으니 벽에 낙서했다고 혼내서는 안 된다.
김성엽 아동미술교육 전문가이자 미술심리상담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작가로 활동하면서 키네틱아트 기반의 미술·과학·창의 융합 교육센터 키즈키네틱아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류신애 글 이은선(프리랜서) 포토그래퍼 김현철 도움말 김성엽(키즈키네틱아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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