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먼쓸리 기획①아이에게 알려줘야 할 가치관
‘자기 몸 긍정주의’

자기 몸 긍정주의(The Body Positivity Movement)는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사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외모와 몸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몸 긍정주의’에 대해 알려주자. 가장 아름다운 건 있는 그대로의 모습임을 말이다.

다이어트와 메이크업을 부추기는 사회

짙은 화장을 한 TV광고 속 아이
몇 해 전 어느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광고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분홍 드레스를 입고 어른처럼 메이크업을 한 여자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내용으로, 핑크빛 립스틱을 바른 아이의 입술이 클로즈업되면서 열두 살 여자아이를 성적으로 상품화했다는 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과한 화장과 화려한 치장 등이 보기 불편하다는 점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을 표했으며, 광고를 보는 이들에게 ‘여자아이=분홍색’이라는 젠더 고정관념은 물론 ‘여자아이는 예뻐야 한다’는 외모 강박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주를 이루었다. 이에 해당 브랜드에서 결국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면서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사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화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 ‘여아 메이크업’을 검색하면 장난감 화장품으로 볼을 톡톡 두드리는 키즈 유튜버의 영상이 적잖이 올라와 있으며, 장난감 화장품 키트는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여자아이들의 워너비 아이템으로 꼽힌다.

유아 대상 뷰티 살롱 등장
핑크빛으로 꾸며진 뷰티 살롱에서는 손발 마사지, 매니큐어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데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 가족들로 붐벼 사전예약은 필수일 정도다. 물론 아이를 예쁘게 꾸며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이색적인 공간에 대한 호기심, 한 번쯤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뷰티 살롱을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예뻐지고 싶은 욕망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자신의 몸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 영유아기에 아름다운 외모를 강조하는 문화에 일찍 노출되는 부분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경계해야 할 외모지상주의 문화

만 2세가 지나면 차츰 성별을 인지하게 되는데, 이때 여자아이는 엄마를, 남자아이는 아빠를 롤 모델로 한 놀이를 즐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달의 과정이다. 역할 놀이를 하며 아이는 엄마 혹은 아빠가 되어보거나 귀여운 달님이 인형이나 바비 인형을 돌봐주고 단장을 시키며 돌봄 놀이를 즐기곤 한다. 아이가 화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엄마의 행동을 따라 하는 행위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본다. 누구나 어린 시절 화장대 앞에 앉아 엄마 립스틱을 바르고 어른 흉내를 낸 경험이 있듯 말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특정 캐릭터에 대한 기호가 생기면서 자신이 선망하는 애니메이션이나 그림책 속 인물을 따라 하려고 한다. 예쁜 드레스를 입은 시크릿 쥬쥬, 바비 인형 등을 보며 공주 옷에 집착하는 것도 이 때문. 문제는 이를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다. 미디어 속 늘씬한 몸매의 모델이 화려하게 꾸민 모습을 보며 자라는 아이는 따라하고 싶고, 닮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더 나아가 ‘여자아이는 예뻐야 한다’ ‘예뻐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꾸며야 한다’는 공식이 주입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이 화장하는 분위기를 당연시 여기고, 어린아이에게 마른 몸매를 강요하거나 이를 부추긴다면 자아를 형성해가는 시기에 자칫 외모우월주의, 외모지상주의를 심어줄 수 있다.

무심코 던진 외모 평가의 말은 주의

외모 지적도 아이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 “우리 딸내미 저 통통한 뱃살 좀 봐, 어떡하니” “살 빼면 더 예쁠 텐데…” “코만 좀 더 높으면 완벽해, 커서 수술하자”처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무심코 던진 말들을 듣고 자란 아이는 ‘인정받고 칭찬을 받기 위해서는 예뻐야 한다’는 생각이나 외모에 집착하는 성향을 갖기 쉽다. 아름다운 외모, 반듯한 몸매에 대한 선망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지녀온 본능인 것은 분명하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높아질수록 심리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행복과 자아존중감이 주관적인 미의 기준으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키가 작아서 친구들이 싫어할 거야’ ‘난 뚱뚱하니까 드레스를 입을 수 없어’처럼 외모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가능성을 제한하고 마는 것이다.

이상적인 미적 기준 NO!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최근 들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탈코르셋’을 외치는 여성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누구나 자신의 몸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의 BOPO(The Body Positivity Movement), 즉 몸 긍정주의 운동도 등장했다. 특히 몸 긍정주의는 매년 주목해야 할 트렌드를 알아보는 <트렌드 코리아>에서도 소개한 개념으로, 현재 대중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변화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글래머러스한 몸매에 예쁜 외모를 가져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튼살, 뱃살, 허벅지살, 밋밋한 가슴 등 다양한 체형을 가진 이들을 모델로 기용한 속옷 브랜드도 등장했다. 미국 브랜드 ‘에어리’로, 보정조차 하지 않은 화보를 공개해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로 매출도 급격히 상승했다. 그동안 자신을 옥죄어 온 갑옷을 시원하게 벗어버리듯 세계 곳곳의 대중들은 몸 긍정주의를 온몸으로 환영하고 있다. SNS에서는 ‘두꺼운 허벅지가 생명을 구한다’는 뜻의 해시태그 ‘#thickthighsaveslives’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에 단단하게 세워진 외모지상주의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질 것이다. 아이의 몸과 생김새는 뛰어넘어야 할 기준도, 맞춰가야 할 스펙도 아니다. 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과 같다. 아이가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자. 내면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날 수 있도록 말이다.

일상 속 ‘자기 몸 긍정주의’ 실천법

1 몸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아이에게 몸은 꾸며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 볼 수 있도록 도우며 도전과 모험을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는 주체라는 사실을 인식시킨다. 그러기 위해 평소 몸으로 하는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운동으로 아이와 땀을 흘려보거나 바닷가에서 온몸에 모래를 묻혀보자. 수영이나 줄넘기 등 한 가지 운동을 꾸준히 해보는 방법도 좋다. 처음에는 서투르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능숙해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몸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진다.

2 외모를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말은 금물이다
일상에서 몸 긍정주의를 실천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부모 먼저 바른 언어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외모를 지적하거나 칭찬하는 말을 삼간다. “살 좀 빼야겠다” “키가 180cm는 돼야 될 텐데”와 같이 단순히 외모를 비하하는 말뿐 아니라 특정 신체 부위를 지적하는 말도 피해야 한다. 이러한 말들은 아이 기억에 쌓여 자신도 모르게 몸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외모 칭찬도 가급적 삼간다. 과도한 외모 칭찬은 오히려 아이를 외모 강박에 휩싸이게 한다. 예쁘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예쁘다는 말을 듣지 않을 때 불안해하고 누군가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애쓰는 수동적인 성향의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외모 칭찬은 다른 아이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친구가 예쁘다는 말을 듣는 걸 지켜보는 아이에게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상대방의 외모를 평가하지 않는다
무심코 아이와 외모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자. “저 사람은 키가 작네” “저 친구는 얼굴이 하얗다”와 같이 외모를 칭찬하거나 비하하는 말이 아닌, 단순히 외모를 표현하는 말도 아이에게는 편견을 만들 수 있다. 가급적 외모 대신 성격이나 성향을 나타내는 말을 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외모나 신체를 비하하거나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는 말을 한다면 본인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르쳐준다. 피부가 까맣거나 하얀 아이, 코가 높거나 낮은 아이, 뚱뚱하거나 날씬한 아이 등 얼굴이나 체형이 다르지만 각자 개성과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프로젝트 [호제] 2023년 앙쥬 8월호
기획·글 앙쥬 편집부 담당 에디터 류신애 내용출처 앙쥬 자료실 의상협찬 Misha&Puff by 매직에디션(magicedition.com) 모델 그레이스 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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