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앙쥬 전문가 Q&A

Maternity 임신부는 왜 냄새에 민감할까

맛있게 먹었던 음식, 좋아했던 향도 임신 초기에는 거북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평소 같으면 고소하다고 느꼈을 밥 냄새가 역하고, 매일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남편의 체취마저 싫어져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임신 후 냄새에 민감해지는 이유, 그리고 예민해진 후각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팩트 체크, 임신하면 개코 된다?

임신 중 후각이 예민해진다는 것은 이미 1800년대 후반부터 여러 연구논문에서 다뤄졌고, 그만큼 오랫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대부분 임신부 설문조사 등을 통한 주관적 연구로 진 행되었다.
2000년대 들어 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증명하려는 다양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목적은 과연 임신부가 냄새를 더 잘 맡는지와 어떤 냄새인지를 더 잘 맞추는지를 비교 분석해 임신 중 후각 과민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여러 연구에서 임신부와 임신하지 않은 대조군이 냄새를 맡게 되는 ‘임계점’을 비교했는데, 임신부의 후각 임계점은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임 신부가 더 냄새를 잘 맡을 거란 예상과 달리 일반인과 비슷한 정도에서 냄새를 인지한다는 뜻이다. 다만 임신 초기엔 후기에 비해 냄새를 맡는 임계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역시 출 산 후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었고 오히려 임신 후기에는 냄새에 대한 예민도가 임신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임신 후기엔 몸의 부종으로 인해 후각신경이 무뎌지고 비강이 좁아져 공기가 덜 통과되면서 냄새를 덜 맡게 된다는 것이 밝혀진 반면, 초기 임신부가 일반인보다 후각이 예민한 것은 입증되지 못했다.
임신 초기에 어떤 냄새인지를 잘 맞추는지에 대한 연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임신부가 대조군보다 냄새를 더 잘 맞추기는커녕 오히려 더 맞추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냄새에 민감해지는 진짜 이유는?

그렇다면 왜 임신을 하면 후각이 예민해진다고 느끼는 걸까? 2014년 발표된 논문에서는 임신부의 후각 과민에 대해 실제 냄새를 잘 맡거나 잘 맞추는 것이 아니라, 특정 냄새에 대한 반응 강 도와 냄새에 대한 감정 혹은 신체적 반응의 변화가 원인일 것이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사람은 코안의 후각세포에서 냄새를 감지해 그 신호를 뇌의 측두엽에 있는 후각 및 미각 중심으로 보내 기억하게 된다. 후각은 감각일 뿐 아니라 기억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어서 후각환각처럼 실제 존재하지 않는 냄새를 맡는 경우도 있다. 즉, 임신 초기에 입덧을 유발하는 음식이나 냄새에 대 한 기억이 강해져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불쾌감이 커지고 입덧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서 임신하면 특정 냄새에 예민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 앞선 연구들에서도 임신부와 임신하지 않 은 대조군의 후각 능력은 비슷했지만, 불쾌한 냄새들은 임신부가 훨씬 더 강한 강도로 느끼는 것으로 보고됐다.

임신 후기, 오히려 냄새 못 맡는다

이렇게 예민해진 후각은 임신 중기에 접어들면서 호전된다. 심지어 후기에는 임신 전보다도 냄새를 덜 맡게 된다. 기존 가설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냄새를 잘 맡기 때문에 여성호르몬인 에 스트로겐이 임신 중 후각 변화의 원인이라 여겼다. 하지만 실제 에스트로겐 수치는 임신 진행에 따라 증가해 후기에 정점에 달하기 때문에 후각 변화의 원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임신으로 인한 후각 변화의 추이가 입덧과 비슷해 입덧과 관련된 사람융모성선자극호르몬 (HCG)이 후각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냄새 때문에 힘들 때는 얼음과 레몬

국내의 한 연구논문에서는 입덧을 하는 임신부의 30% 정도가 냄새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며, 냄새를 차단했을 때 호전됐다고 보고했다. 후각 반응은 주로 입덧 증상과 동반되므로 후각이 예 민할수록 입덧도 심해진다. 따라서 불쾌한 냄새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음식을 만들 때는 창문을 열어두고, 되도록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하는 조리법을 고려한다. 향이 강한 화장품 사용을 자제하며, 가족에게는 향이 덜한 제품을 사용해달라고 얘기해보는 것도 좋다. 주변을 기분이 좋아지는 향들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냄새로 인해 힘들 때는 얼음을 입에 물고 있거나 시원한 물을 마시는 등의 방법으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레몬향처럼 새콤한 향을 맡으면 침샘이 자극받으면서 오심이 가라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입덧 환자의 40% 정도가 레몬에센스 오일을 사용했더니 입덧 감소 효과를 봤다는 논문도 있다.

예민해진 후각 다스리는 약?
예민해진 후각 탓에 입덧이 더욱 심해지고 먹지 못할 정도라면 산부인과에서 구토 중추를 진정시키는 성분과 전해질, 비타민 B가 혼합된 수액을 처방받을 수 있다. 유지 약물로 수액과 비슷 한 성분의 먹는 약을 처방하는데, 주성분인 피리독신염산염 10mg은 비타민 B6로 임신 중 비교적 경미한 오심을 감소시키고, 독시라민숙신산염 10mg은 항히스타민으로 진정 작용을 해 오심 과 구토를 줄여준다. 따라서 이들 약물을 복용하면 후각 과민 반응이 호전된다.

Adviser
서은주 산부인과 전문의로 세란병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등에서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산전 클리닉, 여성질환, 골다공증 등이 전문진료 분야입니 다.

프로젝트 [호제] 2022년 앙쥬 3월호
이은선(프리랜서) 도움말 서은주(세란병원 산부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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