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enting 형제자매 다툼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
한 핏줄을 가진 동지이자 한편으로는 인생 최대의 라이벌, 형제자매. 아무리 순한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형제자매간 다툼은 피할 수 없는데, 이때 부모가 취해야 할 가장 모범적인 자세는?
아이들은 왜 싸울까?
형제자매끼리 서로 의지하며 아껴주길 바라건만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는 아이들. 이렇게 다툼이 생길 때마다 어느 한쪽 편을 들면 다른 아이가 토라지고, 그렇다고 둘 다 똑같이 잘못했으니 서로 사과하라는 것도 타당치 않은 것 같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 하지만 도대체 왜 그리도 싸우는 걸까. 형제자매 간 싸움의 근본적인 이유는 ‘인정욕구’에 있다. 아이들 다툼의 끝에는 늘 ‘형이 먼저 잘못했어’ ‘나는 안 그랬는데 동생이 먼저 그랬어!’라는 판에 박힌 대사가 반복되는데, 이는 부모에게 자기 편이 되어달라는 인정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소유욕 또한 싸움의 원인 중 하나인데, 동생의 등장이 촉매제가 된다.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집안 모든 물건이 본인의 것이었던 첫째 입장에서는 동생이 태어나면서 갑자기 자기 것을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느라 다툼이 일어나는 것.
편들어주기는 지양하고, 싸움은 말리는 것이 우선
싸움의 잘잘못을 가리려 들면 이때부터 문제가 더 커진다. 늘 당사자에겐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 아이의 편만 일방적으로 들어주면 엄마 아빠의 지지를 얻지 못한 아이는 억울한 마음을 갖게되고, 자신이 부모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지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싸움에서는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각각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제각각의 억울함을 풀어주며 마음을 이해해주는게 중요하다. 자기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를 가라앉히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단, 상황에 따라서는 경청보다는 먼저 분리시키고 얘기를 듣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싸움의 긍정 효과도 있다
싸움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히 발달단계에 있는 유아들에게 싸움은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일련의 연습 과정을 제공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다툼을 통해 아이들은 양보를 배우고 경쟁력을 키운다 했다. 다툼을 통해 습득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높으며, 어휘력, 논리적사고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형제자매 싸움 대처법
맏이라고 양보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툼이 일어났을 때 어른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형(언니)이니까 참아’ 아닐까. 동생이 태어나면 갑자기 맏이가 훌쩍 커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갓난아이 옆에 있는 맏이가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성숙해진 것은 아니다. 동생이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양보를 강요하고 형(언니) 노릇을 기대하면 큰아이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각자의 영역을 지켜준다
아이들은 누구나 소유욕이 있다. 두 돌 무렵이 되어 의사를 조금씩 표현하게 된 아이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내 거’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소유권 주장은 다툼의 단골 주제다. 두 돌 무렵의 동생이 본인 게 아닌데도 자기 거라고 우기니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럴 땐 동생 때문에 첫째가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큰아이의 영역을 지켜주어야 한다. 큰아이의 물건을 보관하는 상자를 따로 마련해 동생이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동생이 어려서 아직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건 형(언니) 거야,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해 맏이로 하여금 자신의 영역이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도록 한다.
잘잘못을 가리지 않는다
누가 먼저 그랬는지 따지는 것이 싸움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둘 중 한 명이 고자질을 하게 만든다. 아이들로선 ‘내’가 아닌 ‘상대방’이 더 큰 잘못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의 제지에 싸움이 일단락되더라도 마음에 앙금이 남을 수 있게 된다.
편들지 말고 아이들 말을 경청한다
아이들이 싸울 땐, 상황이 폭력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일단은 지켜본다. 형제자매의 갈등은 가급적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움이 과격해진다면 둘을 분리시키고 개입해야 한다. ‘그만’ ‘멈춰’와 같이 단호한 어투로 싸움을 중지시킨다. 그다음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공평하게 들어준다. 각자의 상황과 마음에 공감해주되 한쪽을 편들어주면 안 된다. 단,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잘못을 비난하거나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피한다. “이번 일은 형(언니)이 실수한 거 같아. 하지만 형(언니)도 속상해서 그랬을 거야”와 같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인다.
형제자매 친하게 만드는 놀이 팁
점수에 도달해라!
역할을 분담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놀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형제자매간 우애를 다질 수 있다. 스케치북에 과녁을 그리고, 순서를 정해 양말로 공을 만들어 던진 후 점수를 합산해 특정 점수에 도달하는 놀이를 해보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사절지 크기 종이의 귀퉁이를 서로 맞잡게한 다음 볼풀 안에 있는 공을 종이 위에 최대한 많이 올리고 목표 지점에 놓인 바스켓에 집어넣는 놀이. 마음이 잘 맞아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공을 옮길 수 있어 사이가 돈독해진다.
칙칙폭폭 우리 집 기차
리본을 2~3m 길이로 자른 다음 양 끝을 묶고 그 안에 들어가 ‘기차놀이’ 노래를 부르며 여기저기로 이동하는 놀이. 줄을 잡고 움직이며 정해놓은 반환 지점으로 돌아와야 마무리된다. 거실에서 시작에 안방에 들렀다가 부엌을 거치는 등 행선지를 정해놓고, 중간에 과자나 음료수 등을 놓아 휴게소처럼 꾸며도 재밌다.
Adviser
원민우 원민우아동청소년발달센터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임상지도교수와 세한대학교 언어치료청각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합니다.
프로젝트 [호제] 2020년 앙쥬 11월호
에디터 류신애 글 이민희 포토그래퍼 김현철 도움말 원민우(원민우아동청소년발달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