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때문에…” “동생 때문에…”라고 말할 때,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림으로써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으려는 마음이 크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싫은 것이다. 부모에게 혼날까 봐,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까 봐 등의 이유로 남 탓을 하기도 한다.
간혹 진짜로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는데, 이는 일종의 피해의식이다. 이런 아이는 타인을 의심하며 사람들이 자신을 악의적으로 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심한 경우 남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아서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까지 갖게 된다.
아이가 평소 미워하는 사람을 탓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에는 그 사람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워 곤란함을 겪게 하려는 심리적 동기가 숨어 있다. 곁에 없는 사람을 탓하는 경우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 있다.
아이가 갑자기 엄마 탓을 하면 감정이 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뭘 잘했다고 대들어” 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그렇게 말하지 말랬지” 하며 지나치게 몰아세워선 안 된다.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도 가급적 삼가야 한다. 이렇게 대응하면 서로 누구 탓이냐는 식의 공방전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장난감 때문에 넘어졌구나? 장난감 때찌!” 하며 아이의 남 탓을 수긍하는 반응 역시 피해야 한다. 아이의 행동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네가 엄마 탓을 하면서 화내지만, 결국 그것은 네가 해야 할 일이야”라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시켜야 한다. “뛰어다닐 때 조심하지 않으면 이렇게 넘어질 수 있어. 다음에는 다치는 일이 없도록 엄마랑 같이 함께 정리해볼까?” 하며 어떠한 일의 결과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화내면 기분이 상하니까 마음을 좀 가라앉히자” 하며 아이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탓하는 습관 고치는 양육 태도
이렇게 말한다고 당장 내일부터 자신의 잘못과 부주의에 대해 인정하는 아이로 바뀌지는 않는다. 사실 어른도 좀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때가 많다.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통해 향후의 생각과 행동을 발전적으로 개선시키며 주변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 태도는 상당히 성숙된 모습이다. 아이에게 지금 당장 이러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이라는 것을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서서히, 아이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하는 범위 내에서 접근해보자. 평소 아이 행동의 결과보다는 과정이나 동기를 중요하게 여겨 아이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손석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현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지금 내 아이에게 해야 할 80가지 질문> 등을 집필하고 강연과 언론매체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진행 조윤진 글 이은선(프리랜서) 포토그래퍼 김현철 헤어&메이크업 천혜미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의상 협찬 젤리멜로(jellymallow.com) 모델 제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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