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와 맺은 애착의 영향을 받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의 부모와 맺은 애착 유형에 따라 아이를 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경우 아이와도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만, 불안정 애착인 경우 아이와도 불안정 애착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애착의 대물림’ ‘애착의 세대 전달’이라고 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부모와 맺은 애착 유형이 아이와의 애착 유형과 일치할 비율은 60~80%에 이른다고 한다. 즉 60~80%의 부모가 자신의 애착을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어릴 적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학습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형성된 부모의 ‘정신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이 어른이 된 후에도 작동하는 것이다. 이는 대개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나오므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다만 부모의 양육 방식과 다르게 아이를 키우려고 노력한다면 마음속의 부정적인 작동 모형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 놓여 있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자율형 부모의 장단점을 잘 말할 수 있고, 어릴 적 부모의 모습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다. 부모와의 경험을 잘 떠올릴 수 있고 긍정적인 기억이 훨씬 더 많다. 이 경우 아이와 안정 애착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망각형 부모에 대한 기억을 잘 떠올리지 못한다. 부모가 무척 바빴거나, 어린 자신을 감정적으로 잘 보듬어주지 못했거나, 부모와 대화가 별로 없었던 경우다. 부모가 나에게 별 관심이 없었듯이 나도 부모에게 별 관심이 없다. 이 경우 아이는 불안정 회피 애착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몰두형 어린 시절 부모와의 경험을 떠올릴 때 특정 행동이나 시점에 사로잡힌다. 부모가 자신을 심하게 혼내고 야단쳤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경우, 혹은 부모가 지나치게 간섭했거나 과잉보호하는 등의 기억이 대부분이라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이 많이 남아 있다. 이 경우 아이는 불안정 저항 애착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미해결형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받은 경우다. 늘 야단맞고 벌을 받거나 맞았다면 부모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부모가 언제 어떻게 학대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시점의 왜곡이 나타나기도 한다. 현재의 부모를 볼 때마다 과거의 부모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 경우 아이는 혼돈 애착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노력은 아이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어린 시절의 부모와 다르게 긍정적인 양육 행동으로 아이가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면 어릴 적 상처가 치유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아이의 편안하고 웃는 모습에 부모로서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불편하고 괴로웠던 기억은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손석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현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잔소리 없이 내 아이 키우기>, <지금 내 아이에게 해야 할 80가지 질문> 등을 집필하 고 강연과 언론매체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진행 강지수(프리랜서) 글 이은선(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진혜미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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